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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않음, 없음

한영현 HAN Younghyun

24.05.27 - 24.06.24
​갤러리실[
]

​한영현 HAN Younghyun

안녕하세요. 옷을 만들고 니트를 짜는 한영현입니다. 현재 니아르(NIAR)라는 슬로 패션 브랜드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언제나 이방인으로 살아왔기에 자유와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거창해 보이는 것보다는 하찮아 보이는 것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점점 이야기에 흥미를 잃어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 이야기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기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조가 된 순간 유한한 존재지만 예술로 인해 영원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기에, 몸은 무(
)로 돌아가지만 정신은 무한(無限)으로 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믿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태어남과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사물과 다르게 목적이 없이 태어납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평생 목적을 모르고 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목적이란, 즉 존재의 이유란 어디에 있을까요? 

누군가는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누군가는 신이 가르쳐 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결국 누구든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겁니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끝이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저는 인간은 무()에서 태어나 다시 무()로 돌아가는 존재, 정확히는 가능성을 가진 움직이는 무()에서 영원성을 지닌 움직이지 않는 무()로 돌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색()으로 표현하자면 전자는 흰색이고 후자는 검은색입니다. 백()으로 태어난 인간은 살면서 다양한 색을 묻혀가며 결국은 흑()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흰색과 검은색 사이 다양한 색의 이름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빨강’, 누군가는 ‘삶,’ 또 다른 누군가는 ‘가능성’이라고 얘기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니트(knit)는 실 하나로 짜인 편물(編物)입니다. 하나로 짜여 있기에 매우 민감하고 어느 한 곳에 손상을 입는 순간 전체에 영향이 갑니다.

이건 마치 우리의 몸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몸도 매우 정교하고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한곳이 아프면 다른 곳에 영향을 줍니다. 생명체인 몸과 사물인 니트는 엄연히 다르겠지만 비슷한 점이 많기에, 이 편물로 저는 인간의 ‘가능성’과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저의 이야기이기도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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