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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ournal: 北海道
김소연 (Kim Soyeon)
2023.11.27 - 12.24
갤러리실[室]
김소연
Pat,Co Knits [Pastorale, Comodo]: 목가적으로, 평온하게
실로 그림을 그리듯 작업합니다.
그게 하나의 명확한 이미지를 나타내든, 추상적인 느낌만 담아내든, 대바늘을 사용하든, 코바늘을 사용하든, 그저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된다면 상관 없습니다.
주로 제 시선이 가는 것들을 이미지로 풀어내 기록하고 있고, 무엇이 됐든 닮은 것들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려 노력합니다.
작은 것들을 위한 작은 것을 만듭니다
여행은 즐거운 단어이다. 질리고 물린 삶의 자리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향하는 것이 즐거우려면 일상은 어쩔 수 없이 퇴색될 수 밖에 없다. 특별한 기약 없이 무수히 반복되어, 조금은 그 빛이 바래진 현재의 자리가 안타까워질 때쯤, 우리는 타지로의 도망을 떠올린다.
18년도 겨울에 처음 밟은 북해도는 그 설경만큼이나 순수한 기쁨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경험이 좋을 수 있었을까?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일상 밖에서 그만큼의 기쁨과 자유를 느낀 적이 없다. 그 좋음이 얼마나 컸던지, 1년 후 같은 루트를 엄마와 함께 다녀왔다. (그 여행은 신년을 맞이하고 일정을 잡아 3박 4일 동안 괜찮은 식당에서 밥 먹은 기억이 단 한 번이었던, 조금 웃기고 짠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직후 꽤 오랜 시간 어찌할 수 없는 천력으로 일상의 자리를 꿋꿋이 지켜내다 오랜만에 발걸음을 다시 움직여보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처음으로 떠올린 곳은 또 다시 북해도였다.
12월의 북해도와 6월의 홋카이도. 새하얀 눈에 덮여 둔해졌던 형태들은 12절기 사이에 본래 제 모양을 찾은 후였다. 계절을 따라 변한 산수만큼 내 시선의 방향도 달라져 있었는데, 예전엔 크게 닿아오지 않던 벽의 텍스쳐와 나무의 겉 껍데기, 쉽게 만들어졌을 리 없는 작은 소품들에 자꾸 눈이 갔다. 언제 다시 볼 지 모르는 그 귀한 것들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연신 고개를 돌렸고, 셔터를 쉬이 눌러 댔다.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면 그 소박함만큼이나 쉽게 잊혀져 다시 펼쳐지기까지 오래 걸릴 이미지임이 분명함에도, 그 자리에선 순간이 영속하길 바라며 담아내길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라는 건 희한하다. 정해진 때를 따라 흐르는 흐름에 많은 것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바뀌어 있다. 6월에 여행을 다녀온 후, 어느덧 또 다시 반년의 시간이 지나가는 중이다. 계절이 두 번 바뀌었고 변화는 수면 밑에서 약간의 물결만을 일으킨 채 고요하게 이뤄졌다.
시간이 더 많이 흘러 잠깐의 일탈에서의 득실이 무엇인지,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유실(流失)하기 전에, 나의 방식으로 기록해보려 한다.
<The Journal: 北海道> 시리즈에선 홋카이도에서 본 아름다움들을 텍스타일에 녹여낸 작품 세 점을 선보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우러난 지극히 개인적인 미감이, 실이 주는 보편적인 따뜻함을 힘입어, 보는 이들의 찰나를 뎁힐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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