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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다,
깁다,
낳다

김희서 KIM HEE SEO

2024.06.27 - 2024.07.24 | 갤러리실[]

김희서 KIM HEE SEO

흙이 도자기가 되는 새로운 변화들을 즐기지만 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가 무섭다.
이렇게 익숙하지만 낯설고, 재미있지만 복잡한 삶의 이야기도 ‘옛날 옛날에~’ 하며 재미있고 재치 있게 들려주는 어느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은 작업을 하고 싶다.
손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것을 좋아해 여러 재료를 가릴 것 없이 기웃거리다가 흙이라는 재료를 만나게 되었다. 만들어 가마에 굽는다는 거창한 과정을 끝내고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이 작업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늘 새로운 언어로 나를 놀라게 하는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도자기와 실의 만남은 지금까지 수집한 도자기의 새로운 언어 중 하나이다. 서로 다른 매체를 연결하는 작업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먼 훗날 내가 발견한 도자기의 언어들에 대해 한나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잇다,

깁다,

―낳다.

오랜 세월을 지나온 것들은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끊이지 않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옛날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그 이야기가 나의 삶에 아무 상관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랜 세월이 지난 것에서는 앞으로의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삶은 연결되어 있다.

인간과 시대는 오래된 지혜를 바탕으로 막연한 미래를 상상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 실은 시대와 인간 삶을 연결하고 낡은 것을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는 연료로 등장했다. 쓰임을 가진 항아리와 사발을 부수고 구멍을 뚫어 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달항아리를 만드는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두 개의 사발 사이의 공간을 만들어 실로 잇는다. 도자기의 빈 공간을 실로 채우고 연결하는 작업은 다른 시대, 다른 존재의 연결을 의미한다. 연결을 통해 서로의 낯섦과 어울림에서 새로운 것이 나타나게 된다.

다른 음역대가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노래하는 합창의 소리가 우리 마음 속 깊이 울림을 주듯, 이번 전시를 통해 다른 음역대를 가진 ‘도자기’라는 존재와 ‘실’이라는 존재가 주는 울림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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